2013년 5월 21일 화요일

열다섯

열 다섯에 난
뱀을 돌로 맞쳤다
돌은 정확히 뱀의 머리를 치고 논구렁 어딘가로 튕겨갔다
뱀은 쓰러졌다
친구들은 환호를 질렀다
난 알지 못하는 흥분감과 죄의식에 빠졌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지어본 듯한 표정이 내 얼굴에 스친 것 같다
가슴은 무언가로 가득차 영원히 숨 쉬지 못하고 그대로 털썩 꺼져버릴 것 같았다
그 순간 뱀이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힘차게 기어갔다
뱀의 머리는 반쯤 떨어져 나가 철렁거렸다
용맹했다
난 무서웠다
논 두렁은 모내기를 앞두고 물이 흥건했다
뱀은 어딘가로 급히 사라졌다
꺼져버리 듯
친구들은 돌을 던졌다
난 다시 돌을 집지 않았다
손안엔 땀만 가득했다
친구들은 뱀이 사라졌다며 투덜대다가 금방 그 철렁거리는 머리를 잊은 채 또랑가에 수영하러 갔다
나도 갔다
하지만 물에 들어가지 않았다
난 그 뱀이 슬며시 내 등 뒤에 나타나 나를 보며 울 것만 같았다
철렁거리는 머리
용맹스런 전진
나는 오후내내 등이 시려웠다
두려웠다
유월이었다
열다섯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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