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아니, 금방 더러워질 거어 왜 씻어요?
한여자와 한아이가 몸을 꽉 붙이고 나란히 앉아 있다
지하철은 잘도 굴러간다
아이는 철봉에 두 손을 꼭 붙이고 있다. 아직 철봉이 더 세게 보인다
여자는 허리를 꽂꽂히 세우고 맞은편 창을 힘있게 본다
숨을 헐떡인다
숨을 새근거린다
아직은 지하. 지상은 몇 정거장 뒤
해가 눈부시다
철봉이 반짝이고 아이는 이마에 나는 땀을 쓱 문지른다
아이의 얼굴은 희다. 참 희다
여자는 무릎에 언진 가방을 연다. 꺼낸다. 약봉지. 입에 털어 넣는다
하늘색 가방이 잠시 숨을 쉰다. 어제 친척언니가 이벤트 상품으로 받았다고 준 가방
참 새거다. 여자의 행색과 참 안 어울린다. 하지만 빛난다
해는 한아이와 한여자만 비춘다
하지만 흰 얼굴과 파란 새가방은 금방 더러워 질 것이다
해가 금방 사라질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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