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외. 외. 전. 전. 어떤 두려움.
엘지 아트센터 극장으로 오르는 긴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선생이 내려오고 있었다. 물론 난 올라가고 있었다. 예상하건데 저 선생은 나를 모를 터였다. 평소 같으면 인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겠지만 그 곳은 숨을 곳이 없었다. 한 마디로 서로의 시선을 교차하기 전후 너무 많은 시간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떤 두려움이 서서히 나를 실어 날랐다. 선생은 역시나 나를 몰랐다.
안전벨트. 고선웅 연출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연극을 가지고 논다.(속사포 대사, 음악과 음향의 적극적 사용, 키치적 소품 활용 등, 많은 평론가들이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니 생략.) 현 연극계에 이 만큼 잘 노는 연출가가 있을까 싶다. 따라서 만세 삼창! 만세! 만세! 만세!
시동. 고선웅의 리어는 외전에 집중한다. 내용과 형식에서 각각 두 가지의 측면을 고려한 것 같다. 따라서 리어 외. 외. 전. 전.
악셀. 먼저 첫 번째 외. 외전이란 또 다른 이야기. 고선웅이 본전을 각색한 이야기 중 첫째는 광야에 가지 않고 치킨하우스(유기노인하우스)에 있던 리어가 글로스터와 함께 의기투합하여 두 딸과 사위에게 복수. 그리고 자신들의 과오를 청산하고 스스로 자살. 왜? 여기서 각색한 이야기 중 두 번째가 자연스럽게 등장. 리어의 남은 딸, 코딜리어와 글로스터의 남은 아들, 에드거의 사랑과 미래를 위해. 왜?? 옛 것은 가고 새 것이 오라! 아주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딸이지만, 예술성이 충만하고 무능한 아들이지만 어쨌든 자기들을 사랑하고 서로 사랑하는 자식들로서 그들이 새 세상을 열어갈 수 있기에. 그래서 왜??? 왜 본 연극은 그 둘이 새 세상을 열어야 한다고 말하는가? 나는 잠자코 감상만 하면 될 걸 왜 연극의 스토리에 관여하고 싶은가? 스톱.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답을 찾기 위한 다음.
클러치. 두 번째 외. 바깥으로 확장한 외.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는 중앙에 넓은 덧 마루와 그 주위엔 배역들을 위한 의자들이 놓여있다. 연극은 시작하자마자 '세상은 무대, 인간은 배우.'라고 말한 뒤 관객들에게 크게 외친다. '잘 들 보시고 이따위로 살지 마시길!' 끝날 때는 이렇게 외친다. '이 더러운 무대에 다시는 서지 맙시다.' 어디서 많은 본 듯한 무대와 대사. 쉽게는 마당놀이. 어렵게는 연극 속 연극. 어쨌든 외전이라는 뉘앙스처럼 무대와 대사가 바깥으로 확장한다. 스톱. 첫 번째 두려움에 대한 답. 본 연극은 관객에게 발언한다. 하지만 관객에게 동의를 구하는가? 적어도 풍자와 위트로 관객에게 설득을 구하는가? 지금 저기 서있는 코딜리어와 에드거가 우리의 미래인가? 배우가 발언하면 관객도 발언해도 되잖는가? 하지만 본 연극은 관객의 말을 듣지 않는다. 왜? 스톱.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답을 찾기 위한 다음.
악셀.
클러치.
악셀. 첫 번째 전. 전하는 방식. 일단 고선웅 연출만의 특유한 화법은 전달의 기본이지만 여기선 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마당놀이는 무대가 하나여서 어디든지 배우 간, 관객들 간 말과 행동이 오가지만 본 연극은 무대가 두 개로 엄연히 구분되어 무대 위 무대, 즉 덧 마루 위에선 철저하게 배우 들간 대사를 하고, 덧 마루 밖 무대에 있을 때에는 관객들에게 발언 한다.(물론 배우들 간의 대사도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전달의 규칙이 정해져 있다. 규칙을 정하면 사람들은 안심한다. 관객들은 덧 마루 위에선 극을 관람하고 덧 마루 밖에선 자신들에게 발언 할 말을 들을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왜 본 연극의 전달은 객석에까지 확장하는 규칙을 만들지 못했을까? 악셀. 왜 관객에게 발언만 하지 말을 들을 볼 생각을 못할까? 규칙 자체를 흐트려 볼 생각을 안했을까? 스톱. 두 번째 두려움에 대한 답. 프로시니엄. 거대한 프레임. 극장의 규칙. 제도의 규칙. 관습의 규칙. ‘리어외전’은 외전이라는 형식에서 아슬아슬하게 관객과 접촉을 시도하지만 거대한 프레임을 넘지 못한다. 왜 그다지도 연극을 통해 잘 논다는 고선웅은 그 프레임을 넘지는 못하는 것일까? 혹시 일부러 안 한 것일까? 스톱.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클러치.
악셀. 첫 번째 전. 전하는 방식. 일단 고선웅 연출만의 특유한 화법은 전달의 기본이지만 여기선 그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마당놀이는 무대가 하나여서 어디든지 배우 간, 관객들 간 말과 행동이 오가지만 본 연극은 무대가 두 개로 엄연히 구분되어 무대 위 무대, 즉 덧 마루 위에선 철저하게 배우 들간 대사를 하고, 덧 마루 밖 무대에 있을 때에는 관객들에게 발언 한다.(물론 배우들 간의 대사도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전달의 규칙이 정해져 있다. 규칙을 정하면 사람들은 안심한다. 관객들은 덧 마루 위에선 극을 관람하고 덧 마루 밖에선 자신들에게 발언 할 말을 들을 준비를 한다. 그렇다면 왜 본 연극의 전달은 객석에까지 확장하는 규칙을 만들지 못했을까? 악셀. 왜 관객에게 발언만 하지 말을 들을 볼 생각을 못할까? 규칙 자체를 흐트려 볼 생각을 안했을까? 스톱. 두 번째 두려움에 대한 답. 프로시니엄. 거대한 프레임. 극장의 규칙. 제도의 규칙. 관습의 규칙. ‘리어외전’은 외전이라는 형식에서 아슬아슬하게 관객과 접촉을 시도하지만 거대한 프레임을 넘지 못한다. 왜 그다지도 연극을 통해 잘 논다는 고선웅은 그 프레임을 넘지는 못하는 것일까? 혹시 일부러 안 한 것일까? 스톱.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클러치. 악셀. 두 번째 전. 싸울 전(戰). 무대 전면엔 주요 배역들의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양 사이드엔 기타 배역과 코러스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다.(이 의자에는 선반이 미학적으로 좌대와 잘 디자인되어 각 배역들의 격을 만들고 그 격은 서로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 이 서로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연극이 가고자 하는 ‘전(戰)’의 방향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차별. 그들이 벌이는 전쟁. 무대 위 덧 마루에선 주요 배역들 간 재산을 위해 피를 부르는 전쟁이 일어난다. 덧 마루 밖 무대에선 기타 배역, 코러스들이 더 좋은 배역을 가지기 위해 극 중 간간히 쟁투를 벌인다. 다시 말해 무대 위 무대는 주요 배역의 장이고 무대 밖 무대는 기타 배역과 코러스의 장이 된다. 악셀. 객석은 무대 밖 무대와 가깝다. 악셀. 기타배역 오스왈드는 이렇게 말한다. ‘저를 주목하지 마세요. 저는 비중도 없이 이 연극에서 스쳐가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복종해야 살아남는 사소하기 짝이 없는 약자로만 남고 싶어요. 그래야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고 딴청을 피우면서 못된 짓을 할 수 있거든요.’ 코러스들도 비슷한 말들을 극중에 내뱉는다. 페이소스. 연극은 기타 배역, 코러스들과 관객들을 등치시킨다. 스톱. 세 번째 두려움에 대한 답. 고선웅 연출은 외전의 형식으로 무대 밖으로 나가길 시도하지만 기타 배역과 코러스를 관객과 등치시켜 관객을 더 적극적으로 극에 끌어 들이려 한다. 연극이 프로시니엄을 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연극으로 들어오게끔 원했던 것이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주요 배역을 위한 덧 마루 무대는 치워버리고 텅 빈 무대를 기타배역과 코러스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넘겨준다. 남은 자들은 기뻐한다. 스톱.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처음엔 새 무대를 코딜리어와 에드거에게 남겨 준다고 하지 않았나? 또 다시 질문. 코딜리어와 에드거는 우리와 같은가? 그 두 사람은 무대 밖 무대로 내려 올 수 있는가? 관객을 극으로 끌어 들였다면 우리의 무대도 극 무대에서 끝나는 건가? 이렇게 허망한 건가? 연극이란 원래 그런 건가? 막이 내리고 박수를 치면 우리는 다시 추운 겨울 무대로 등장해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스톱! 어떤 두려움이 있다. 어떤 두려운 발언이 있었다. 본전에는 없는 새로운 배역. 왕고. 모든 배역들과 코러스들이 웃고 장난치고 울 때 혼자만 시종일관 다리를 절룩거리며 진지한 대사를 뱉어댔던 배역. 왜 그는 ‘리어외전’에서 탄생한 것일까? 왜 그는 웃지도 울지도 않는 걸까? 왜 그는 리어에게 유일하게 대들었고 리어에게 다시 왕을 찾으라고 말했을까? 이 연극에서 어떤 사람이 진심으로 말하고 싶었던, 유일하게 관객에게 파고들 수 있는 현실의 발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 발언은 연극이 끝날 때 쯤 어디로 사라져 버린걸까? 감춰져 버린걸까? 무엇 때문에...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스톱. 그럼에도 클러치. 세차게 악셀. 본 연극은 무한질주 해야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