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5일 금요일

눈이 날리네

걸어야 되겠다 싶어
걷는데
눈이 날린다
소주 한잔 걸쳐야겠다
그래야겠다 싶어
길가 의자에 앉아 소주 마신다
사방을 보니 아무도 없다

그래도 눈은 날리는데

담배는 끊어 피지도 않지만
피고는 싶고
저 흰 눈들이 흰 연기가 되어 다시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헛한 배만 아픈데
눈은 저리도 내맘을 모르고 날린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가도
다시 소주 한잔 마신다

누군가를 불러 눈 구경, 눈 놀이 하고픈데
성탄이라 모두 가족의 품에 있다
뜨슨 숨 나누고 이 숟가락, 저 숟가락에 눈빛 나누겠지
축복 있어라
뚜꺼운 이불 포근히 감싼 그대들이여
하얀 런닝 하얀 빤스 입은 그대들이여
나는 여기서 눈이 빤짝일 때마다 
당신들의 은총을 빈다

날리는 눈발이 내가 세상에 내뱉은 욕이었으면 좋겠다
사라지는 눈발이 내가 세상에 싸지른 오줌이면 좋겠다
하지만 저 눈은 하얘
내 살은 누런 햇살 장판같고
내 뼈는 절대 저 흰눈이 될 수 없고

내 앞에 가지런히 누운 흰 목도리를
나는 구를까 말까

발자국 하나 울며 집을 향한다
내 코트 구멍난 주머니 깊숙한 곳엔
눈이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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