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야 되겠다 싶어
걷는데
눈이 날린다
소주 한잔 걸쳐야겠다
그래야겠다 싶어
길가 의자에 앉아 소주 마신다
사방을 보니 아무도 없다
그래도 눈은 날리는데
담배는 끊어 피지도 않지만
피고는 싶고
저 흰 눈들이 흰 연기가 되어 다시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헛한 배만 아픈데
눈은 저리도 내맘을 모르고 날린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가도
다시 소주 한잔 마신다
누군가를 불러 눈 구경, 눈 놀이 하고픈데
성탄이라 모두 가족의 품에 있다
뜨슨 숨 나누고 이 숟가락, 저 숟가락에 눈빛 나누겠지
축복 있어라
뚜꺼운 이불 포근히 감싼 그대들이여
하얀 런닝 하얀 빤스 입은 그대들이여
나는 여기서 눈이 빤짝일 때마다
당신들의 은총을 빈다
날리는 눈발이 내가 세상에 내뱉은 욕이었으면 좋겠다
사라지는 눈발이 내가 세상에 싸지른 오줌이면 좋겠다
하지만 저 눈은 하얘
내 살은 누런 햇살 장판같고
내 뼈는 절대 저 흰눈이 될 수 없고
내 앞에 가지런히 누운 흰 목도리를
나는 구를까 말까
발자국 하나 울며 집을 향한다
내 코트 구멍난 주머니 깊숙한 곳엔
눈이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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